웬디북 리뷰
열두 살의 유대인 소녀 Patty Bergen에게 특별한 여름이 왔다. 흐르던 땀마저 그대로 말라붙어 버릴 것만 같이 뜨거운 여름, 미국 아칸소주 젠킨스빌에 독일 포로들이 기차를 타고 온 것이다. 유태인인 아버지는 그들을 찢어죽이겠다는 듯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늘 그랬다. 부자인 외갓집의 도움을 받아 백화점을 운영하면서도 제대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늘 불평만 하고 외할아버지에게도 예의 없이 대했으며, Patty에게는 관심도 없었다. 엄마도 예쁜 동생만 돌볼 뿐 못 생겼다는 이유로 Patty에겐 관심도 없었다. 오직 흑인 하녀아줌마 Ruth만이 유일한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독일 포로들은 농장에서 목화를 따고 번 일당으로 백화점으로 물건을 사러 왔고, 그들 중 한 명이 나서서 통역을 했다. 그는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엄마와 독일 괴팅턴 대학교수인 아버지의 아들이며 전쟁에 나오기 전에는 의대생이었던 Frederick Anton Reiker이었다. Patty가 첫눈에 반한 독일포로는 아주 점잖은 학자와도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Anton이 도망을 쳤고, Patty는 우연히 그를 발견해 혼자만의 아지트에 숨겼다. 서서히 포위망은 좁혀지지만 둘의 소중한 시간은 계속되었다. Patty는 Anton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독일에서 잘못된 건 정치와 정신이라며,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마침내 Anton은 Patty에게 소중한 반지를 주고 도망을 치지만 끝내 사살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Anton이 입었던 아빠의 옷 때문에 Patty는 소년원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Patty는 절망보다는 그가 남겨주고 간 의미를 되새긴다.
이데올로기와 전쟁의 희생양이 된 독일병사와 그를 사랑한 소녀의 이야기로, Bette Greene의 데뷔작이자 자전적 소설 《Summer of My German Soldier》입니다. 외로움에 몸을 떠는 두 사람의 애틋함이 정말 가슴 아련하게 다가오네요.
문득 “슬픔이 슬픔을 알아보고 사랑이 사랑을 알아보듯 죽음 또한 죽음과 만나면 별 수 없이 서로를 알아보게 마련인가 보다."라던 윤대녕의 《천지간》의 한 구절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아련한 슬픔 속에 감동이 있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랑을 받은 작품이 가진 힘이란 어떤 것인지를 조금 느낄 수 있을 것만 같기도 합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