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리뷰 by 이글랜차일드
Quentin Blake는 그야말로 '설명이 필요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대표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명입니다. Roald Dahl의 작품은 거의 도맡았으니 그림체가 단박에 떠오르실 거예요.
지난 2018년 퀀틴 블레이크가 마치 팬데믹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독특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여행의 환상에 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비록 시니컬하긴 해도 결코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이라 《Moonlight Travellers》가 이렇게 음울한 그림을 그릴 줄은 몰랐다는 반응입니다.
미지의 세상을 떠도는 달빛 여행자들을 보여주는 수채화는 몽환적이면서도 미스터리와 호기심으로 가득합니다. 이렇게 완성한 일러스트가 모두 47작품이고요.
바로 이 퀀틴 블레이크의 작품에 콜라보레이션한 작가가 있습니다. 현재 영국에서 가장 저명한 소설가이자 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Will Self의 글이 더해진 건데요, 그는 기괴하면서도 환상적이며 풍자로 가득한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그의 SF와 키치적 감성이 가득한 작품과 퀀틴 블레이크의 일러스트가 더해진 책이 바로 《Moonlight Travellers》입니다.
무엇보다 검은색 천으로 마감한 커버에 은박을 새겨넣어서 책을 접하는 순간 깜짝 놀랄 만큼 굉장히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윌 셀프의 환상문학도 당연히 좋지만, 무엇보다 퀀틴 블레이크의 일러스트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