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어릴 때 미술시간에 아무거나 그리라는 선생님의 주문에 집앞 소경을 열심히 그렸습니다. 요즘은 빛 공해 때문에 하늘의 별 보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당시에만 해도 쏟아 질 것처럼 별이 반짝거렸고, 마을 어르신들은 가로등 아래 평상에서 바둑과 장기를 두고, 아이들은 그 앞에서 구슬치기와 고무줄놀이를 했었죠. 이런 풍경을 일일이 그리고 나서 저녁의 어스름을 표현한답시고 검은색 크레용으로 색칠하다가 온통 시커멓게 먹칠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갑자기 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는데요, 정말 한동안 오래갔던 기억이 납니다.
2009년 칼데콧상 수상작인 《The House In the Night》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어둠을 친숙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The Oxford Nursery Rhyme Book에 수록된 구전동화 중에 "Here is the key to the house / In the house burns a light / In that light rests a bed." 이렇게 시작하는 동화를 모티브로 삼아 Susan Marie Swanson이 글을 썼고요, Beth Krommes이 판화기법을 이용해 일러스트를 맡았죠.
앞서 잠시 언급했던 구전동화처럼 산책 갔다가 돌아온 아이가 집에 들어가기 위해 열쇠를 문에 꽂는 것으로 이 환상여행은 시작합니다. 아이는 새를 타고 밤하늘을 나는데 검은 바탕에 노랗게 칠해진 부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새를 타고 나는 아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알 수 있는데요, 이렇게나 밤을 아름답게 표현했으니, 아이가 밤을 두려워할 일은 없을 것만 같습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