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눈을 떠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다. 신이 난 Peter는 밖으로 나가 정신없이 발자국을 만들고 논다. 눈옷을 입은 나무를 슬쩍 건드려도 보고 도화지 같은 눈에 그림도 그려본다. 형들이 눈싸움을 하는 동안 Peter는 대신 눈사람을 만들다가, 눈이 만들어준 미끄럼틀도 탄다. 그렇게 신나게 놀고는 주머니에 눈을 잔뜩 챙겨 넣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주머니 속에 한 가득이던 눈이 모두 녹아 없어져 버렸다.
1963년 칼데콧 수상작인 Ezra Jack Keats의 《The Snowy Day》는 그림책 역사상 참으로 대단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콜라주와 마블링 등 독특한 기법으로 눈을 처음 본 아이의 신기하고 애틋한 감상을 훌륭하게 표현해 냈다는 평가와 더불어 새하얀 눈과 대비되는 새까만 꼬마 즉, 흑인 소년이 어린이 그림책에 처음으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당연하지만 당시로서는 어린이 책에 흑인이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인데요, 그래서 굉장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죠. 유니세프에서 최고의 어린이책 일러스트에게 Ezra Jack Keats 상을 주는 이유도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하겠습니다.
《The Snowy Day》라는 작품이 지닌 의미를 안다면 좀 더 작품이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네요. ^^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