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수헬리베 붕탄질산 플네나마 알규인황 염아칼칼’ ‘크카나마알아철 주납수구수은백금’ 무슨 마법의 주문처럼 생각되는 외계어인데(수십 년이 지난 아직까지 이걸 외우고 있다는 자체가 스스로도 신기하지만), 사실 20개의 원소주기율표와 금속의 반응성에 관한 약어죠.
무조건 억지로 머리에 집어넣기 바빴지만 만일 이 책 《The Disappearing Spoon: And Other True Tales of Madness, Love, and the History of the World from the Periodic Table of the Elements》가 있었다면 좀 더 재미있고 즐겁게 외웠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원소주기율표에 나오는 원소에 얽힌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작은 원소 하나가 세상을 어떤 식으로 변화를 시켜왔을까요? 예컨대 수은의 경우, 금을 녹이는 용매제로 쓰였죠. 따라서 연금술의 필수요소였으며 당연히 역사와 문화, 철학이 뒤엉켜 섞일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는 질소 비료에 사용되는 암모니아의 합성법을 연구해서 식량 대량생산의 길을 열고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과 집시를 대량 학살한 독가스를 같은 기술로 독가스를 개발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수소폭탄의 발명과 뢴트겐의 X선 등 수많은 이야기가 이 책에 숨겨져 있는데요, 각각의 원소에는 전쟁과 폭탄, 역사와 철학, 연금술과 돈 그리고 사랑까지 깃들어 있습니다. 딱딱하기만 할 것 같은 원소의 이름에 사람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원소주기율표를 웃으면서 바라볼 지도 모르겠습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