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스푸키북, 즉 유령과 뱀파이어와 그밖의 온갖 괴물들이 나오는 책은 서양, 특히 미국 어린이책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이에게 무서운 것을 보여주는 것을 금기시하는 국내 정서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쩌랴,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소름끼치거나 징그러운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끔찍한 것은 나오지 않는다. 좀 더 본격적인 것은 성인이 된 이후로 미뤄 두고, 아이들을 위한 스푸키북은 오싹하면서도 동시에 귀엽고 우스꽝스러운 것을 강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팝업북은 제목 그대로 갑자기 튀어나온다거나 플랩 뒤에 뭔가 숨어 있다거나 하는 특성상 스푸키북과 궁합이 꽤나 잘 맞는 편이다. 얀 피엔코브스키의 팝업북 Haunted House는 1979년 출간된 장르의 고전으로, 본격적 스푸키 팝업북의 시대를 연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얀 피엔코브스키는 1936년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를 거쳐 영국에 정착한 피엔코브스키는 처음에는 광고계에서 일했지만 곧 다른 많은 분야로 영역을 넓혀갔다. 1972년 동유럽 동화에 바탕을 둔 The Kingdom Under the Sea로 케이트 그리너웨이상을 수상한 그에게 두번째 케이트 그리너웨이상을 안겨준 작품이 바로 Haunted House다.
책을 펼치면 귀신들린 집의 탐험이 시작된다. 괴물이 살고 있는 계단, 구역질나는 것들로 가득한 냉장고, 악어가 살고 있는 목욕탕, 유령이 나오는 침대... 이 책에서 우선 돋보이는 것은 다채로운 구성이다. 비교적 초창기 팝업북임에도 오늘날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는 테크닉이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한 장면에 한 두 가지 기법만 나오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나와서 풍성한 느낌이라는 것이다다. 특히 처음과 마지막 장면에는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청각적 효과까지 있어서 그야말로 수미쌍관의 멋진 작품이다.
시간이 흘러도 빛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고전이란 이름을 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면 피엔코브스키의 Haunted House는 그 자격이 충분하다. 피엔코브스키는 이후 Robot(1981), Dinnertime(1981)등을 연달아 선보이며 팝업 장르의 부흥을 이끌었다.
이 책은 2001년 1979년판보다 작은 13.5cm * 20cm의 판형으로 재출간한 작품으로, 작다 보니 오히려 더 정교하게 느껴진다. 단, 그만큼 섬세해서, 탭을 너무 세게 잡아당기는 등 너무 난폭하게 다뤄서는 곤란하다.
by 개구리뷰-프로기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