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포도농장을 크게 운영하는 아버지가 그만 산적에게 죽임을 당했다. 여자에게는 토지가 상속되지 않는다는 멕시코 법률을 빌미로 오래전부터 아버지의 재산을 탐내던 삼촌들이 땅을 빼앗아 가버리자 열세 살 Esperanza와 그녀의 엄마 그리고 함께 일하던 몇몇 사람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다. 공주처럼 귀하게 자라 아는 게 없는 터라 비질하는 법부터 아기돌보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워나간다. 힘겹게 돈을 벌어 생활비를 대야하고 엄마의 병원비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아메리칸드림이란 말처럼 희망이 가득할 것 같은 나라가 외국인 이민자의 노동력 착취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편견과 차별이 가득한 곳인 줄은 몰랐다. 귀하디귀한 공주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멕시코 이민세대의 아픔을 다룬 Pam Munoz Ryan의 《Esperanza Rising》입니다. 대공황시대를 배경으로 저자의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라고 하네요.
교육도서나 자기계발서의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아무리 어렵고 불우한 환경이라고 할지라도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주제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혼란이나 역사의 흐름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개인의 삶은 그저 외로운 나뭇잎처럼 이리저리 떠다니는 신세입니다. 《Esperanza Rising》는 이런 시대적 상황과 개인의 아픔을 맛있는 과일과 채소에 빗대어 풀어나가고 있는데요, 책을 덮고 나니 멕시코에 대한 호기심과 멕시코요리에 대한 관심이 솔솔 샘솟네요.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