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매기는 브루클린 다저스(엘에이 다저스가 아니다)의 팬이다. 라디오로 야구중계를 듣는 것이 최고의 낙일 정도다. 아버지가 소방관이라 함께 중계를 듣는 동지도 대부분 소방관 아저씨들이다. 어느 날 소방서에 새로 소방대원이 뽑혀왔는데, 그를 통해서 신세계를 경험했다. 자이언츠의 팬인 짐은 매기에게 야구를 단순히 그냥 듣는 것만이 아니라 그날의 경기 전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기록지에 쓰는 법을 알려준다. 그렇게 야구를 통해 시작된 우정은 짐의 한국전 참전으로 끊어진다. 긴급구조팀으로 참전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편지를 통해서 꼬마 소녀와 짐의 우정은 이어지는데 어느 날 모든 소식이 한꺼번에 끊어졌다. 언젠가는 연락이 오겠지……하고 기다리지만 종무소식이다. 그러던 중 매기는 소방관 아빠를 통해서 짐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짐은 이미 귀국해 있다고 한다. 아빠는 귀국했다는 이야기를 차마 하지 못한 까닭을 말하는데, 바로 미군이 한국에서 저지른 양민학살사건으로 정신병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가 Linda Sue Park이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친 《Keeping Score》입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는 야구 그리고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메이저리그의 나라 미국은 아이부터 노년까지 모든 이들이 야구를 사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야구는 모든 구기운동 가운데 공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와야만 점수가 나는 유일한 인본주의 스포츠라는 별칭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야구를 탄생시킨 미국이 한국에서 저지른 짓은 양민학살이었던 거죠. 그 괴리감에 못 이겨 정신을 놓아버린 짐과 이런 짐을 위해 노력하는 소녀 매기의 우정이 참으로 놀라울 정도로 감동적인데요, 노근리 사건에 대해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미국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지만 이렇게 재조명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반가울 따름입니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결코 무겁지 않게 엮어 나간 이야기 《Keeping Score》입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