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팝업북이 사람들의 눈을 홀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책이라는 평면이 입체로 변신하는 경이로움 때문이다. 로버트 사부다를 비롯 최고 수준의 팝업 엔지니어들의 책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유아 대상의 저가 팝업북이라도, 말 그대로 팝업! 평면에서 입체로 튀어나오는 모습은 보통 책에서는 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른바 예술성이나 완성도 면에서라면 아직 팝업북의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사부다의 앨리스나 오즈가 믿을 수 없는 경이로운 판타지를 구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술적 성취 면에서라면 어린이책의 불멸의 고전들에 비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이다. 팝업용 종이의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복잡한 커팅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일러스트와 조화를 이루며 완성된 아름다움을 이끌어낸 팝업북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데이빗 A. 카터의 2005년 신작 One Red Dot은 팝업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데이빗 A. 카터라면 Bugs 시리즈를 비롯 셀 수 없는 메가 히트작을 낸 바 있는 팝업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 중 하나다. 하지만 성인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상업성만 추구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평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으로 그런 소리는 수그러들 것 같다.
퍼즐 박스, 플랩, 클리커... 이 책에 사용된 기법들은 따지고 보면 대단히 기본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숨이 막힌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강렬한 원색의 대비를 보여주는 색깔 배합, 그리고 섬세한 커팅과 구성으로 팝업 장르에서 경이로움과 의외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던 미학적 가치를 재조명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라임, 또 숨은 그림 찾기가 가세한다.
이 책은 카운팅북이기도 하다. One Perplesing Puzzle Box, Two Twisting Twirly Gigs.... 두운을 맞춰 가며 숫자가 하나하나 올라가고, 이는 곧장 입체로 표현된다. 거기에 후렴구인 One Red Dot. 장면마다 빨간 점 하나가 숨어 있다. 쉽게 보이는 것도 있지만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 간신히 발견되는 것도 있다. 이게 의외로 도전 의욕을 불타오르게 한다. 아름다운에 재미까지,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이다.
글과 그림, 거기다가 팝업까지 조화를 이루는 책. 지금껏 나온 중 가장 훌륭한 팝업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완성도가 높은 책으로 부르고 싶다.
by 개구리뷰-프로기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