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종교수업이 있는 매주 수요일, 친구들은 자신이 믿는 유대교 또는 성당으로 종교수업을 받으러 떠난다. 하지만 전교에서 유일한 장로교인 Holling Hoodhood는 종교수업을 받으러 갈 교회가 없어 선생님과 수요일을 보내야 한다. 그런데! 선생님이 나를 말려 죽이려나보다. 셰익스피어라니, 흥! 어디 두고보자, 마음대로 될 줄 알고? 이젠 전쟁이다~!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고전이라고 하지만 어린 아이들도 쉽게 생각할 수는 없겠죠. 이제 막 학교수업에 재미를 붙인 아이들에게 박경리의 ‘토지’를 읽히는 셈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친구들은 종교수업을 받으러 학교를 떠나는데 Holling Hoodhood는 선생님과 셰익스피어를 읽어야 한다니, 정말 지겨워 미칠 지경입니다.
Holling Hoodhood는 복수 아닌 복수로 제멋대로 감상문을 써냅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선생님과의 대화에 슬그머니 셰익스피어가 끼어 듭니다. 장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싶으냐고 묻는 선생님의 말씀에, 세상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잔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the slings and narrows of outrageous fortune:햄릿 3막 1장 中)을 뚫고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런 기회가 아예 없을까 두렵다”는 아주 유려하고 멋진 말이 Holling Hoodhood의 입에서 툭 튀어나오네요. 이 밖에도 그 위대한 셰익스피어의 말씀은 주인공이 욕하고 싶을 때마다 교묘하게 변형이 되어 쏟아져 나옵니다. ^^
단순하게 고전을 통해서 아이가 성장하는 이야기라면 그냥 고전 읽기를 장려하는 그렇고 그런 책인가 보다 하고 넘어가련만, 뉴베리 수상작인 《The Wednesday Wars》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안겨줍니다. 돈과 권력이 최고라는 아버지, 평화를 외치는 누나(베트남전이 배경으로 깔려 있습니다)를 통해서 주인공이 생각이 성장하고,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찾아가는 모습은 지켜보는 내내 무척 대견합니다.
저자 Gary D. Schmidt는 ‘Lizzie Bright and the Buckminster Boy(고래의 눈)’으로 뉴베리상을 수상하고, 3년 후 《The Wednesday Wars》로 또다시 뉴베리 영예상을 수상하는데요, 그만큼 재미와 감동이 흘러 넘칩니다.
흐뭇한 미소짓다가 눈물을 참으려 찡그렸다가, 동네가 떠나갈 듯 미친 듯이 웃다가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물을 닦게 만드는, 그래서 어디에 털 나게 만드는 책, 《The Wednesday Wars》입니다.
+ 《The Wednesday Wars》를 읽은 후의 부작용: 셰익스피어가 너무나 읽고 싶어집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