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흑사병으로 전 유럽이 죽음으로 물들던 1350년, 고아 노예이자 등마저 굽은 소년이 Secundus라는 이름의 순례자를 만났다. 그는 주인에게 소년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고, 영문도 모른 채 소년은 순례자를 따라서 여행을 떠난다. 첫날 밤 순례자는 소년에게 자신은 성 베드로의 치아와 엄지손가락, 두개골 등 일곱 개의 유물을 찾고 있다고 밝히고 이 유물을 찾는 여행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 그러나 그가 밝힌 사유는 어쩐지 믿음이 가질 않는다. 게다가 도망쳤을 때는 죽일 것이라는 경고까지 남겼다.
흑사병으로 유럽사회는 온갖 종교적 미신과 소문이 난무했고, 사람들은 외부인들에게 더욱 더 폐쇄적이면서 배타적으로 변했다. 이는 여행자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으니 게다가 등이 굽은 곱추라는 기형적인 외모는 불을 지르는 격이나 다름없다. 베드로의 유물을 찾아서 신체적 부자유함을 고치겠다는 소망은 그저 꿈만 같다.
2018년 2월에 출간된 《The Book of Boy》는 저자 Catherine Gilbert Murdock에게 2019 뉴베리 명예상이라는 영예를 안겼습니다. 성 베드로와 관련한 일곱 가지 유물을 수집하고자 하는 순례자와 동행한 소년의 여행을 자세히 펼쳐내는 이야기인데요, 한 때 국내에서도 엄청난 광풍처럼 몰아쳤던 《다빈치 코드》처럼 종교적 색채와 역사가 맞물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고증으로 인한 사실적인 묘사로 엄혹했던 당시의 시대를 엿볼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는데요, 마침내 감동으로 이끌어내는 작법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앞으로 역사와 미스터리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재미로 버무려진 작품을 찾는 이에게는 당연히 《The Book of Boy》를 추천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by 이글랜차일드